[칼럼] 잠시, 쉬어가자.

취재본부 | 입력 : 2012/09/07 [07:57]
 
‘레끌레르끄’는 “게으름의 찬양”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     © 뉴스24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으로 보이고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은 뛰면서 되는 일도 아니고 군중의 소란한 가운데에서 생기는 일도 결코 아닙니다.

고독. 정적. 한가로움이 있고서야 탄생도 있는 법입니다. 때로는 섬광 짓듯 생각이 나 걸작이 피어나는 것도. 이미 오래고 한가로운 잉태기가 그에 앞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햇수로는 두해전의 일이다. 내 주위에 오래도록 공직에 몸담아 오다가 공직선거에 당선이 되어 앞뒤를 보지 않고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가 있다.

물론 유권자와의 약속도 있고 또 책임자로서의 의무감 때문에 그렇게 하리라는 생각은 한다.

필자로서는 그 분이 좀 쉬어가며 주위를 살피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걸어 좀 만나자고 하니 한번 기회를 내어 사무실로 오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그래서 나는 저녁식사나 한번하자고 하여 후일 시간을 내어 저녁을 하면서 한 이야기다. 잠시, 쉬어가자.

이 이야기가 필요하여 사무실로 가지 않고 만나자고 한 것임을 이야기 하고 직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휴식에 대한 이야기를 한일이 있다.

그렇다. 현대인은 안식의 의미를 잃으며 쉼을 잃고 있다. 날로 세상이 각박해지며 심지어 사회적인 문제가 잃어나는 학교 폭력 역시 쉼과 안식을 잃은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하여 노래방이나 디스코텍을 찾고 취하도록 마시거나 밤새도록 고스톱을 치지만 그것은 새로운 스트레스를 자아낼 뿐이다.

휴가철이면 대자연은 온통 떠들썩한 소음과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보든 안보든 방에 들어오면 으레 텔레비전을 켜고, 고속버스나 관광버스에도 비디오가 마련되어 있고 택시나 버스에도 듣거나 말거나 라디오 카세트테이프 소리가 귀를 울린다.

이런 가운데 현대인은 오히려 조용하면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여유 있고 한적한 삶에 대해 점점 생소함을 느끼게 되고 어떻게 해서라도 시간을 소리로 채우려 한다.

고요가 없는 곳에 쉼이 있을 수 없고 쉼이 없는 곳에 ‘창조’가 있을 수 없다. 여유를 즐기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마치 자동차 경주를 하듯이 질주를 하고 남을 전혀 의식함 없이 경적을 울려 대며 신경질적으로 된다.

여유를 잃은 현대인은 성급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쉼을 찾아야 한다.

밤하늘의 별을 헤아려 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할 수 있다면 가족과 함께 쉴 수 있는 공간. 자연의 조용한 어둠을 체험하면서 별들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인은 인공조명을 밝혀 놓고 어둠을 몰아내는 도시생활에 찌들어 간다.

현대인이 쉬지 못하는 이유에는 바쁘다는 구실 외에 ‘내가 아니면 안 된다’ 는 식의 이기적인 사고도 한몫을 한다.

자기가 없으면 아무 일도. 사회가 나라가 안 될 것처럼 사사건건 끼어들어 간섭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 간섭하는 일에 묶여 자신을 가만두지 못한다. 이런 사람은 남을 신뢰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마저 쉬게 놔두지 못한다. 그리고 불안하게 한다.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그 옛날 어린 시절의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지만 그중에 많은 친구들이 먼저 저 세상에 가 있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사람은 죽을 때에 자신의 산 모습대로 죽는다는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죽게 될까? 이런 지친 얼굴로 죽는 다면 남들이 나를 뭐라고 하겠는가?

그야 말로 인간적인 생각들이 내 얼굴을 또 지치게 한다.

누가 바쁘다는 이유 때문에 자기의 생명을 잠시라도 연장할 수 있는가?

자연의 섭리다, 잠시나마 나를 자연에 맞기고 그 품에서 쉬자.

나는 여유 있는 모습으로 평온이 죽고 싶다. 욕심에 매달려 꼭 쥐고 있는 손을 펴고 쉼의 얼굴로 영원히 잠들고 싶다. 잠시, 쉬어가자.


장 홍 기

(전 장성군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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